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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무소

조지오웰 - 1984 ; 전체주의에 대항한 한 남자의 고귀한 정신

by 변호사 기옥 2013. 1. 13.

 에서 조지오웰의 2번째 작품을 읽었다. 동물농장을 읽었을 때는 눈이 침침한 느낌이었다. 직접적인 비유는 문학성을 살리며 스탈린의 전체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문학적 감동은 덜했던게 사실이다.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면서도 글쟁이 냄새나는 글을 읽고 싶었다.

 

 1984는 동물농장과 같은 우화가 아니다. 철저히 소설이다. 현실을 재료삼고 사회과학지식을 곁들여 비판적으로 볶아낸 정통 소설처럼 보인다.

 

 구성에서 특이한 점도 있다. 윈스턴의 삶을 풀어내며 줄리아와의 사랑을 그려낼 때가지는 완전히 문학적이다. 그러나 채링턴 씨의 상점에서 '그 책'의 내용을 해설할 때는 한편의 논설문을 읽는 듯 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문학적 서술로 돌아오는 전개다. 신선했다.

 

 반전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1984를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실례가 될 지 모르겠으나(^^) 채링턴씨와 오브라이언의 태도가 급변하는 점, 이에 대한 윈스턴의 생각들이 인상 깊었다.

 

 조지 오웰은 철학적으로 날카로운 면모가 있지만, 문학적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서술했다. 채링턴 씨의 상점 2층에서 줄리아와 함께 아낙네를 보면서, 그 모을 묘사하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 줄리아와의 첫 섹스를 묘사하던 글귀가 머릿속에 울린다.

 '그것은 모든 문명을 전멸시키는 거대한 몸짓이었다.'

 윈스턴과 줄리아가 사랑을 나눌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사상경찰과 당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말그대로 전멸시킨 셈이지 않는가.

 

 

 

 읽는 내내 북한 생각이 났다. 조지 오웰이 환생해서 현재의 북한 사회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 북한 사회에도 윈스턴 같은 인물들이 차고 넘칠 것이라 생각한다. 문득 북한의 뜻 있는 청년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윈스턴과 같이 처절히 고통받는다 하더라도, 소설 중간 그가 말했듯 "인간답게" 살았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 줄거리

 

1.윈스턴의 삶

당원으로서 언론 조작 임무를 맡고 있다. 당의 예언이나 선전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기록(신문, 방송, 슬로건 등)을 조작하여 국민들이 당을 맹신하게끔 한다.

 그의 일상은 텔레스크린과 마이크로폰으로 낱낱이 감시된다. 1984의 세계는 잠꼬대마저 당의 의지에 반하는 내용을 포함할 시 사장죄 등의 벌목으로 처벌 받는다. 사랑, 우정, 가족애, 인류애 등 모든 사적 감정을 금지되며 당에 대한 충성만이 인정된다.

 이 세계는 사상의 자유, 언론 및 표현의 자유, 거주 이동의 자유 등 인간의 모든 자유가 구속된 곳이다. 오로지 당의 이념에 부합하는 삶만이 허용된다.

 

2. 줄리아와의 만남

 당의 이념에 대한 의구심과 반발심이 싹트던 어느날, 그에게 줄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이 접근한다. 비밀스런 방법으로 접근한 그녀는 젋고 탄탄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 평소 열성적 당원으로 보이는 행동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개인적 행복에 대한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 그녀는 윈스턴과의 밀회를 주도하고, 둘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나눈다.

 

3. 채링턴 씨의 상점 2층

  윈스턴과 줄리아의 밀회 장소로 선택된 곳은 '채링턴 씨의 상점 2층'. 현실의 전체주의 사회와 괴리되어 있는 아늑한 장소다. 창문에는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아낙네가 자주 비춰진다. 조지 오웰은 그녀를 탄탄한 팔을 지닌 건강한 모습으로 묘사하는데,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집단은 노동자 계급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윈스턴은 이곳에서 줄리아와 사랑을 나누는 한편, 당에 대한 반발심을 더욱 키워 나간다. 윈스턴이 골동품으로 구입한 유리문진은 일종의 희망이다. 윈스턴은 작은 유리 구슬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희망을 발견한다.

 

 4. 오브라이언과의 만남

  윈스턴은 당에 대한 혁명을 위한 집단인 형제단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당에 대한 반발심이 점점 강해져가는 그에게 오브라이언이 다가온다. 그는 자신을 형제단의 일원이라고 소개하며 윈스턴에게 혁명의 과정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골드스타인(反 전체주의 사상가, 당 반대세력의 핵심)이 쓴 서적 '그 책'을 넘겨준다.

 윈스턴은 채링턴 씨의 상점 2층에서 책을 읽으며 평소 당에 대해 생각해오던 것들이 그대로 정리됨을 느낀다. 골드스타인의 사상에 매료된 후 그는 결론을 내린다.

 "온전한 정신은 통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야."

 셰계의 주장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합당하며 객관적 근거가 충실하다고 해도, 올바른 사상은 정립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5. 발각, 고문

 윈스턴은 줄리아와 만나기 시작하며, 그리고 당에 대해 반발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줄곧 자신의 최후를 예상해왔다. 발각되어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채링턴은 사상 경찰인 것으로 밝혀진다. 윈스턴과 줄리아가 '그 책'을 읽은 바로 그 날, 채링턴씨의  상점 2층 방에서 체포된다.

 그 후 윈스턴과 줄리아는 애정부로 보내진다. 애정부는 고문과 처벌을 담당하는 부서로, 윈스턴은 나날이 끔찍한 고문을 당하게 된다.

 그곳에서 오브라이언은 고문관으로 재등장한다. 줄곧 오브라이언을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해오던 윈스턴은 크게 충격을 받음과 한편 고문을 당하기 시작한다.

 오바라이언의 고문은 윈스턴이 사실을 자백하는 것을 넘어 없는 사실을 꾸며내 인정하게 할 정도로 지독하다. 고문이 이어지는 동안 오브라이언의 사상에 줄곧 비판해 오던 윈스턴도 결국 생각을 전환하게 하는 계기가 생긴다. 거울이다.

 오브라이언과 윈스턴은 전체주의 사상의 비인간성에 대해 논쟁한다. 논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질때, 그는 윈스턴에게 거울을 보게 한다. 윈스턴은 끔찍한 고문의 결과로 25킬로그람이 빠져있었고, 옴몸의 뼈들이 기형적으로 뒤틀렸으며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온전한 정신은 허구며 이상향이라고 결론내리게 된다. 당의 전체주의 사상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6. 석방, 그 후

 애정부에서 석방된 후 윈스턴은 어느 정도의 활기를 찾았지만 사상은 전혀 달라져 있다. 그 역시 당에 복종하고 당을 사랑하는 존재로 변하게 된 것이다.

 우연히 줄리아를 마주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오랜 세뇌교육의 결과로 사랑을 느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윈스턴이 총살당하는 장면이 몽환적으로 묘사된다. 사견으로는 윈스턴의 '온전한 정신'이 당의 권력 앞에 패배하였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