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미래 인간이다. 운동회 날이면 BB탄 총을 들고 뛰어다니던 그 시절, 다마고찌의 캐릭터에 울고 웃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자. 멋진 백인남자가 서류봉투에서 하얀 ‘혁명’을 꺼낼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심지어 나는 어렸을 적 핸드폰에 카메라가 달리는 그 순간에도 놀람을 금치 못했었다.
이제 매 순간 세계의 변화는 이미 ‘변화’의 경지를 뛰어넘는다. 갤럭시 시리즈의 숫자가 하나씩 높아질 때마다, 그 기능은 수십배로 다변화되고 있다. 어느새 우리는 핸드폰만으로 금융업무부터 시작해서 쇼핑, 화상회의, 문서작업 등 모든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화폐가 변하고 있다.
화폐는 본래 조개 껍데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물교환으로 모든 경제활동을 영위하던 인간에게 화폐의 등장은 커다란 혁명이었다. 인간의 사회적 약속만 존재한다면, 조약돌 하나가 금으로 변화하는 연금술은 실재하게 된다. 이 화폐는 현대사회에서 종이의 형태로 존재한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1만원권은 세종대왕의 용안과 함께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로 남아있다.
그러나 화폐는 그 특성상 불완전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화폐는 불안한 가치이며(통화가치의 극심한 변동은 이따금 화폐를 휴지보다도 값싸게 만든다) 정부에게는 세금을 징수하는 데 방해가 되기 일쑤다. 사람들은 배춧잎을 숨기는 데에 도가 터있다.
이제 불완전한 화폐를 대체할 새로운 화폐가 등장한다. 전자화폐가 그것이다. 스마트폰 기술이 확장되며 전자화폐의 확산은 더 가속화 되고 있다. 이미 모든 금융관련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우리는 핸드폰으로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며, 어머니들은 장을 보기도 하고, 스크린 골프장의 회원권을 결제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점점 더, 전자화폐를 원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 기술이 발달할수록, 정부는 전자화폐의 사용을 권장할 수 밖에 없다. 전자라는 것은 본래 기록을 남긴다.통화의 이동에서 기록은 곧 세금 징수의 근거다. 세액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에게 가장 기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국민들도 전자화폐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에는 모든 기업들이 전자화폐에 대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종이화폐를 들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모든 세상의 상업적 인프라가 전자화폐를 중심으로 구축된다면, 언제 어떻게 분실할지 모르는 종이화폐를 누가 들고 다니겠는가?
화폐의 종말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 한 국가 내의 모든 경제활동은 투명해질 것이다. 화폐가 더 이상 사람들의 ‘약속’을 받아내지 못하여 실패한 연금술로 전락하는 순간, 새로운 시대가 오를 것이다. 이제 설날에 배춧입을 세기 보다는,금융 어플리케이션으로 잔액을 확인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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